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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과 정의에 대하여
    카테고리 없음 2019. 6. 4. 17:06

     

    법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는 ‘기득권자들이 마련한 이기적 장치라고 정의하고, 어떤 이는 ‘대중들이 합의한 어떤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이는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한 것이며누구라도 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법만이 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법이란 결코 정의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링 위에 선 권투 선수는 상대 선수를 마음껏 두들겨 패도 폭행죄나 상해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깡패는 사람을 한 대만 때려도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다.

    전쟁터에서 군인은 적군을 쏘아 죽여도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어떤 이는 ‘정의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분배의 정의를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권리의 정의를 말한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와 울피아누스(Domitius Ulpianus)최고의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은 액수라도 거지와 재벌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다. 거지와 재벌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게 차등(差等)하여 몫을 주는 것이 정의라는 아이러니가 성립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하였다.

    평균적 정의는 모두에게 같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절대적 평등을 주장한다.

    배분적 정의는 같은 것은 같게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상대적 평등비례적 평등을 주장한다. 평등을 원칙으로 하되정당한 이유나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의의 여신상, 디케(Dike)

     

    그렇다면, 법과 정의는 항상 옳은가?

     

    물론 법은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니 항상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正義)는 어떻게 정의(定義)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은가?

     

    *법이 오히려 끔찍한 범죄를 야기한 사례*

     

    아돌프 아이히만은 유대인 대학살의 나치 전범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람이었다.

    1933, 세계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45%에 달하는 혼란 속에 정권을 거머쥔 아돌프 히틀러는 국회에서 전권 위임법을 가결시키고 입법권을 손에 쥐었다.

    1935, 히틀러가 총통이 되고 그의 명령이 곧 법이 되어 버렸다.

    뉘른베르크법 ‘독일인의 혈통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유대인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독일인과 유대인의 결혼을 금지하였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직속 무장단체 산하의 유대인 이송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전후 예루살렘에서 나치 전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만약, ‘아이히만이 총통의 명령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형을 당하거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독재자도 수족(手足)이 되는 관료 조직이 없이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독재자의 죄를 묻는다면 수족이 되어 준 관료들의 죄도 물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법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인간을 심판하고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은 어떤 법률에 근거한 것인가?

    법을 초월하는 정의는 존재하는가?

     

    *법을 거부하고 정의를 선택한 사례 (아이히만의 사례와 정반대의 사례)*

     

    16세기 스페인은국토 회복 운동에서 승리하고 이베리아반도를 통일하였다.

    독일에서는 마틴 루터장 칼뱅이 카톨릭교회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종교 개혁의 기치를 올리고 있었다.

    이에 맞서 스페인 왕은 카톨릭의 수호자로 종교 재판소를 설치하여 루터파칼뱅파를 이단자로 단죄하여 온갖 잔학한 고문을 자행하고 화형을 집행하였다.

    칼뱅파가 다수인 네덜란드에 총독으로 부임한 스페인의 오라녜 공(네덜란드어: Prins van Oranje), ‘스페인법을 적용하여 네덜란드의 이단자를 화형에 처하라는 스페인 국왕에 반기를 들고네덜란드의 편에 서서 독립전쟁에 가담하였다.

    스페인 법정은 궐석 재판에서 오라녜 공에게 사형을 판결하였다.

     

    그리스도인에 가장 중요한 법은 ‘신의 법이며, ‘국왕의 법은 그 아래에 있었다.

    신의 법 ‘국왕의 법이 배치되는 경우망설임 없이 ‘신의 법이 우선이라는 것이 칼뱅파의 규율이었다.

    영국의 칼뱅파는 국왕 찰스1세의 독재에 반기를 들고 청교도 혁명을 일으켰다.

     

    신의 법 ‘국가의 법의 대립 개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같은 독립된 도시국가(폴리스)가 규정한 ‘인간의 법’(노모스), 그 위에 신이 정한 ‘자연의 법’(퓨시스)이 있고그 자연의 법은 신이 인간에게 준 이성(로고스)에 의해 발견된다는 개념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의 목소리 ‘신령의 목소리(양심?)’로 표현, ‘신령의 목소리에 따라 진리를 탐구하고아테네 지도자들과 논쟁을 벌이다가아테네 국법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민중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아테네 시민의 의무라며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목숨을 구걸하여감형을 청하는 것도 ‘신령한 목소리(양심?)’에 위배된다며 거부하고 담담히 죽음을 맞이한다.

     

    오라녜 공과 소크라테스의 선택은 달랐지만둘 다 정의에 순종했다고 볼 수 있다.

     

    악한 것을 보면 분노하고선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정의로운 법을 바라는 마음 역시 존재하므로, 법은 정의를 구현(具現)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지향(志向)한다고 보아야 한다.

     

    법에 복종한다는 것의 의미

     

    권력에 굴복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적인 태도일 것이다여기에는 어떠한 이상이나 환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정의를 수호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관점이며,  인간의 위대성에 대한 신뢰이다.  인간은 어떠하여야 한다는 목적성을 내포하고 있다.

    법을 준수함에 있어서 정의와 도덕성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의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

    힘이 없는 정의는 현실적으로 무능력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시녀이기를 거부하는 정의로운 법은 현실에서는 부재하나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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